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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추억이라는 이름의 너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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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좋은 기억은 물론 설령, 지우고 싶은 기억일지라도, 망각이란 신이 주신 선물로 잊혀지기도 하고, 어느 순간 되살아나곤 한답니다. 오래된 기억은 차곡차곡 쌓여 추억이라는 책을 남기게 됩니다.

가끔은 낡은 사진 속 나를 바라보며 추억이라는 책장을 넘기며 기억을 소환해 보기도 합니다.

 

6.25전쟁 전후 세대중 1955~1963년 사이에 대어난 세대를 베이비붐 시대로 지칭합니다.

베이비부머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떨어져 있던 부부들이 전쟁이 끝나자 다시 만나고, 미뤄졌던 결혼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면서 생겨난 세대로 '베이비부머'라고도 하지요.

전쟁을 통한 혹독한 가난과 사회적 혼란의 시기를 지나며 태어난 비교적 안정되고 교육을 받기 시작한 세대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일본의 경우는 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1947~1949년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고 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 우리 집 근처에는 만화 가게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깔깔 만화"란 만화 가게였어요.

반세기도 더 지난 기억인데 생각나는 거 보니, 좋은 기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코 묻은 돈을 들고 만화방을 찾아갔지요. 신간이 나오면 책 고르는 척하며 줄거리를 다 보고 왔으니 주인 입장에선 싫어했을 텐데 ㅎㅎ  생각해보니 아주머니가 저를 예뻐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그분은 가게를 정리하고 이사를 갔습니다. 어찌나 어린 마음에 서운 하던지... (만화책을 이제 어떻게 보나... 하고)

몇 해 전 우연히 서울 동창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친구 왈! 강남의 "원주추어탕" 사장님이 너를 잘 알던데?

그래? 누구 시길래 나를 잘 안다고 하지?... 

오래전 15년 서울 생활을 하고 귀향 한 지라 혹시 그때 아시던  분인가? 혹시 떼먹은 외상 값있나? ㅋㅋ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상호가 원주 추어탕이라 고향 까마귀 만난 심정으로 찾아갔는데 대뜸 원주 동창 모임이라 하니까 사장님이 엄청 반겨주시더라 하더군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비슷한 나이 같아서 묻는데 "혹시 원주에 000 아느냐며 제 이름 석자를 말하시더라고 하더군

요.

그 말을 전해 듣고 어찌나 전율이 오는지... 어떻게 반세기나 지난 기억을 이름까지 생생히 기억하고 계실까? 이제는 노인 이 실 텐데...

서울로 이사 간 그분은 추어탕으로 큰돈을 버시어 강남에 체인점도 갖추고 성공하셨다고 하더군요.

정말로 꼭 찾아 가본다 하고 아직도 못 찾아봤으니 -사는 게 무언지... 삶의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것 아닌지... 

 

인연은 이생이 아니면 다음 세상이라도 이어진다 하던데, 살면서 누군가 미워하는 마음을 억제하지 못함은 왜일까요. 조금은 내가 아닌 남을 이해하며 살아보려고 하는데... 참 어렵죠 잉?

고마운 아주머니 언젠가 꼭 찾아 가보려고 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내 이름은 독고탁

 

고바우로 잘 알려진 고우영 선생과 함께 70~80년대를 주름잡던 만화가 故 이상무 선생의 작품이지요.

코 묻은 돈을 들고 만화방을 냅따 달려갔던 이유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독고탁 세대가 더 잘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ㅎㅎ

 

우리 집에 키우던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포인터라는 외국산 사냥개입니다.

집안으로 통하는 입구에 묶어 놓고 키웠는데, 아따~ 이 녀석이 나만 보면 얼마나 짖어 대고 달려드는 통에 집에 못 들어가고 대치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독고탁의 만화를 보면 이런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처지가 어찌나 똑같았는지 속상했던 기억에 웃음이 납니다.

 

 

괜찮다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가면 이러고 좋다고 하기도 하고

 

 

문제는 이 녀석이 입이 고급이어요. 이름은 "쫑" 이였는데 결단코 나한테는 쫑이 아니라 상전이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결국 아버지는 부식비를 감당 못해 ㅋ 팔아버렸습니다. 얼마나 서운하고 슬펐는지 이불 뒤집어쓰고 단식투쟁에 들어갔었지요.  딸랑 한 끼 투쟁...

 

 

 

아래 사진은 스물한 살의 비망록으로 대학 가요제 입상을 받았던 밴드입니다. 초로의 나이 든 모습으로 어느 예능 경연 대회에 참가한 모습을 보고 보던 나 역시 감회에 젖더군요.

세월이란 참 화살과 같이 빠르구나...

낡은 사진이던 일기장이던 누구나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은 비망록을 가집니다.

대설을 지나 어느 지역에는 첫눈 소식이 들려오곤 합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따스함 그리워집니다.

첫눈이 오면 그리운 사람과 과메기에 소주 한잔 나눠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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