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은 우리나라 땅의 근골을 이루는 거대한 산줄기의 옛 이름이다. 빼재에서 출발한 백두대간의 남진 행진은 황점마을에서 일차 마무리하고 오늘은 나머지 구간을 북진으로 육십령에서 시작하여 황점마을까지 마무리한다. 구간에는 할미봉과 장수 덕유산(서봉), 남덕유산 등 고산 고봉을 지나는 어려운 구간 이기도하다. 그럼에도 접속 거리를 제외하고 총길이 33km의 난이도 높은 육빼종주를 한 번에 이어가는 대간 산객들의 체력에 그저 놀랍기만 하다.
산행 구간 : 육십령 - 할미봉 - 서봉 - 남덕유산 - 월성재 - 황점마을 도상거리 약 14km
육십령 ~할미봉
옛날, 도적이 많아 육십 명이 모여야 고개를 넘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육십령은 전라북도와 경상남도를 이어주는 큰 고갯길이었지만 지금은 한적한 채 백두대간 산객들만 주로 찾는 고개이기도 하다.
할미봉을 지나 덕유산의 품으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숲 터널을 말없이 잰걸음을 옮긴다. 가끔씩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혹시 모를 새벽 산짐승의 움직임에 귀 기울이며 수선거리니 풀잎 이슬이 바지자락을 적셔가고 멀리 숲 밖의 붉은 태양이 밀려 들어오며 발아래까지 서서히 전해진다.
눈앞에 할미봉의 모습이 들어온다.
평온하던 숲 길은 점차 거칠어지고 소문대로 거친 할미봉의 통과 시험을 치른다.
수 차례 암릉구간의 로프는 이어지고
몇 차례의 봉찍기를 거듭하고 커다란 암봉을 돌아 오를 때 우리는 할미봉 정상에 오른다.
에고숨차
누군가의 시그널이 우리에게 작은 웃음을 준다.
할미봉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에 있는 바위산 봉우리
할미봉은 삼국시대 때 백제와 신라의 국경으로 영토전쟁의 격전지였다. 침입자를 막기 위해 쌓은 명덕 산성과 봉화 토기 흔적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등산로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당시 전쟁통에 병사들이 먹을 쌀을 쌓아놓은 합미성(合米城) 이란 말이 할미성→할미봉으로 변했다고 한다.
할미봉 ~ 서봉
가야 할 서봉과 흐린 조망 속의 남덕유산이 거대하게 가로막고 서있다. 산과 산이 마주하고 그 사이에 또 산이 숨어 있다. 저곳을 넘어서야 집에 갈 수 있다. 한동안 장쾌한 백두대간 마루금을 바라보며 숨을 한번 크게 쉬어본다. 눈앞의 암릉에 동료들이 먼저 가서 환호를 하고 새롭게 만들어진 데크를 따라 급하게 고도를 낮춘다.
당겨본다. 할미봉 이후로는 서봉의 문턱까지 긴 숲 터널을 지나야 한다. 서봉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뒤돌아 할미봉을 바라보니 수직에 가까운 데크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길게 내려서 있지만 데크가 있기 전에는 로프와 아슬아슬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악명 높은 곳이었다 하니 그 시절보다는 편해졌으나 호불호가 갈리는 곳 이기도 하다.
앞에서 보았던 전망바위에 오르고 할미봉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담아본다. 할미봉 옆 3형제봉이 무척 아름답다. 뾰쪽한 바위가 명물인 대포 바위인가? 언젠가는 가볼 기회가 있겠지...
한동안 숲의 향연이 펼쳐지고 사초 가득한 정비된 등산로를 걸어가면
알바하기 쉽다는 경남 덕유교육원 갈림길을 만난다. 서봉 방향 등산로는 좌측으로 내려간다.
덕유산 국립공원으로 진입한 것 같다. 이정표가 틀려졌다.
중털나리가 지천에 피어 발길을 잡고 기린초등 본격적인 여름 야생화 여기저기 고개를 들고 있다.
다가올 듯 다가서지 않는 서봉이 야속하다.
뒤돌아 육십령서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마루금 따라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불현듯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가까이 다가온 서봉을 따라 우측의 남덕유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저곳이 장수 덕유산(서봉) 이구나! 서봉까지 오기가 쉽지 않으나 역시 힘들게 올라온 만큼 보상을 받는다. 지리적으로 북동쪽의 삿갓봉과 그 너머로 향적봉, 남쪽은 백두대간의 할미봉과 구시봉, 백운산, 지리산이 첩첩하다. 동쪽 지척에 남덕유산이 자리한다.
남덕유산의 서쪽 장수방향으로 우뚝 솟은 산이 바로 장수 덕유산이다. 하지만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과 남덕유산은 백두대간에서 벗어나 있다. 덕유산의 세 봉우리 중 백두대간에 솟아있는 봉우리는 장수 덕유산뿐이다.
백두대간 장수 장수 덕유산(1498.3m)
제철, 봉수, 고분, 산성유적의 왕국 장수 가야를 품은 장수의 으뜸 산
1500 미터의 고산에서 맞이 하는 시원한 바람에 넋이 빠진다. 거칠 것 없이 열린 공간과 그림 같은 풍경에 과연 덕유산이 명불허전임을 깨닫는다.
서봉 ~ 남덕유산
좌로부터 북덕유산(향적봉)과 무룡산 삿갓봉 월성재를 지나 남덕유산에 이르는 산줄기가 백두대간이다. 빼재에서 육십령에 이르기까지 30km 소위 '육빼종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종주 코스 중 하나이다. 삿갓봉 아래에는 대피소가 있어 종주하는 산객들의 중간 휴식처가 된다. 현재는 코로나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지척에 남덕유산이 거대한 덩치로 마주 보고 정상석을 조금 지나면 헬기장이 있는 넓은 장소를 만난다.
그러나... 가야 할 남덕유산. 저길 또...
끝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철 계단... 남덕유권 백두대간 공통점이라면 능선으로 편히 이어지는 곳이 적다. 바닥의 허탈감을 맛 본 후 오름의 기회를 주는 곳이 남덕유산권 백두대간인 것 같다.
남덕유산의 야생화 중털나리. 박새꽃. 흰참꽃나무. 왜우산풀
서봉서 100미터 떨어진 동쪽에 참샘이 있다 하나 모르고 지나간다. 장수 덕유산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양악천을 이루며 양악천의 발원지를 참샘이라고 한다.
서봉서 떨어진 만큼 계속되는 치오름은 서봉 300미터 지점을 남겨두고 이곳은 남덕유산 정상을 경유하지 않고 삿갓재로 우회하는 갈림길 이기도하다
썩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고목 마저 흘려보내기 아깝다. 마치 덕유산의 곰이 포효하듯 괴목이 숲을 지키고 있다.
남덕유산 100미터 마지막 오름 이정표.
안부로 비교적 넓은 공간으로 남덕유를 오른 후 다시 이곳으로 온 후 월성재로 향한다.
남덕유산의 정상 풍경 서봉과 마주하고 좌측으론 영각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남덕유산은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북덕유산] 남쪽에 있는 덕유산 제2봉이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월성재로 향한다. 1500 미터의 힘든 고봉은 다 올랐으니 이제부터 황점마을 까지는 내리막이라 큰 어려움은 없다. 월성재로 가는 사면 길에 함박꽃이 활짝 피어있다.
덕유산과의 안녕
월성재 갈림길에 도착 후 황점마을로 향한다. 다시 숲에 가려 하늘이 안 보이고 3.8km 급격한 내리막으로 고도를 낮추어 가며 한동안 월성계곡을 옆에 두고 나란히 내려간다.
황점마을 2km를 두고 물소리가 들려오며 월성재 계곡과 조우한다.
삿갓재보다 골이 깊고 물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맑고 깨끗하다.
이로써 신풍령(빼재)부터 육십령까지의 구간을 마무리합니다. 덥고 긴 산행을 부상 없이 끝을 내어 다행입니다. 점차 가까워지는 지리산의 손짓이 기다려집니다.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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