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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뫼오름스케치] 백두대간 신풍령에서 황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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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행일자 : 2021년 6월 5일 토요일
  • 산행코스 : 빼재(신풍령)~갈미봉~대봉~지봉~백암봉~동업령~무룡산 23km ±

장도의 백두대간 남진 대미가 얼마 안 남았다. 처음엔 북진으로 시작하여 땜빵하듯 남진에 이르렀으니 뭐라 불러야 하나? 그래도 남진 횟수가 많으니 좋은 말로 남북합진이라 하자. 아무렴 어떠하리 국토의 골격을 이루는 백두대간을 오롯이 두발로 걸어서 드디어 고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구간의 지명을 지워 나갈 때마다 느끼는 쾌감! 중독성이 있다.

오늘의 구간은 신풍령에서 황점 까지 23km 한동안 고민으로 남아있던 구간이다, 구간 난이도는 높은 편이고 육십령까지 내 닿기에는 체력이 부담되는 「신풍령~ 육십령」 이유는 딱 하나, 짧지 않은 황점마을 접속을 두 번 하는데 대한 피로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삿갓재 대피소가 폐쇄된 이후로 이 구간을 지나는 모든 이들의 고민이라 생각한다.

시작 후 얼마간 랜턴 산행을 계획했으나 시작부터 삐그덕 댄다. 무주 구천에서 빼재 접속도로가 공사 중으로 길을 막아 버렸다. 할 수 없이 버스는 역으로 빼재터널을 지나 거창에서 신풍령 방향으로 올라와 백두대간에 접속한다.

먼동이 트이고 빼재정에서 행여 출발이 늦어질까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화장실은 진입로 차단기를 지나 왼쪽에 깨끗하게 마련돼 있다.

빼재는 경상남도 거창군 고제면 개명리와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 삼거리를 잇는 고개이다.

명칭 유래

빼재가 있는 지역은 과거 신라와 백제의 접경 지역으로 수많은 전투에서 많은 이들의 뼈를 묻어야 했던 것에서 유래하여 경상도 사투리로 ‘뼈’가 ‘빼’ 소리가 되어 빼재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빼재의 다른 이름은 수령(秀嶺)이다

뼈를 묻은 곳이라 그런가? 으스스한 새벽바람에 초반은 편안한 등산길이 이어지고 십여분 걸으니 울창한 숲 속 나무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며 주변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바람마저 적당히 불어주어 산행 하기 딱 좋은 날씨다.

새들도 아직 잠이 덜 깨인 걸까? 숲이 조용하다. 봄철 야생화는 온 적 없고 시들은 붉은병꽃만 남긴 채 떠났다. 일찍 핀 꽃은 일찍 지기 마련이다. 떨어진 작은 꽃잎은 썩어 자연으로 스며들고 자양분이 되어 또 다른 꽃을 피워 숲을 밝힌다. 어느 하나 가르침과 간섭이 없어도 자연은 순리에 적응하며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며 자연은 수레바퀴처럼 돌아간다. 그러나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눈앞의 화려함만 보려 한다. 나 또한 다를 바 없지만 산을 다니며 소중함을 하나씩 배워간다. 여름철 야생화의 개화가 숲 속 이곳저곳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고, 숲 어디선가 산객들의 발걸음에 놀라 새 울음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한다.

빼봉을 빡빡하게 오르더니 급하게 떨어지기를 수차례 초반부터 기선을 잡으려 한다. 삿갓재까지 8개의 고봉을 지난다. 몸이 풀리기 전 초반 급격한 오름 내림에 어느새 옷이 땀에 흠뻑 젖어버린다.

신풍령 쉼터에 도착 후 잠시 땀을 씻으며 정비를 하고

볼 것 없는 숲 속의 조망은 답답하기까지 하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 시간 정도 걸으니 갈미봉에 도착하더라.

답답하던 조망은 대봉에 이르러서야 열리기 시작하나 싶더니 지봉까지 또다시 급히 내려가며 마법이라도 걸린 듯 한동안 숲의 굴레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측으로는 덕유산 주능선이 보이고 설천봉과 상제루까지 보여준다. 좌로는 우리가 가야 할 백두대간 마루금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마루금... 아름답다 못해 장쾌함에 주눅마저 든다


지봉을 향하여 다시 깊숙이 아래로 숲에 빠저 들어가고


지봉에 도착하기가 쉽지 않다. 출발한 지 6.1km 세 시간 가까이 걸려 헬리포트가 있는 지봉에 도착한다. 첫 인증 장소이고 정상석 뒤편에 재밌는 유래가 적혀있다.

지봉 유래
옛날에 "흰구름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피는 연꽃이 있는 연못이 있었다" 하여 붙여짐

이곳의 또 다른 지명은 '못재'이다. 정말 연못이 있었을까? 실제 지봉은 헬기장이 있을 정도로 넓다. 세 시간을 걸어오니 허기가진다 이곳에서 꿀 같은 아침을 먹는다.

갈 길이 멀다. 눈앞에 보이는 마루금은 시작의 일부이다.


지봉을 지나서 횡경재 삼거리에 이르기까지 등산로는 큰 표고차 없이 징검다리 봉을 지나며 때로는 사면을 따라 유순하게 진행된다.

횡경재 삼거리에 도착. 송계사로 중탈 할 수 있는 삼거리이다.

대충 통화불능 지역도 나타나고

백암봉이 드디어 눈앞에
백암봉이 이후는 덕유산 주능선과 합류하여 조망이 기대되는 구간이다.

백암봉(송계삼거리) 도착

조용하던 산길에 갑자기 산객이 늘어난다. 육십령과 황점에서 출발한 산객과 향적봉에서 중봉을 지나 합류하는 산객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백암봉 인증장소

답답했던 숲의 마법속에 한동안 갇혀 탈출한 느낌이다. 오는 동안 머릿속 내내 이 장면을 상상하고 왔지만 흐린 조망에 기대감은 작은 실망으로 아쉽다. 사계절 미세먼지로 자유롭지 못함은 이제 특별한 현상도 아니다. 이 정도 만으로 감사할 뿐, 다시 동업령을 향해 잰걸음을 옮겨본다. 희미하지만 뿌연 하늘에 저 멀리 남덕유산의 골격이 천하를 호령하듯 내려보고 있다. 마치 신선이 사는 곳처럼 신비감을 자극한다.

동업령에 도착. 안성탐방쎈터 갈림길이기도 하다.

동엽령 인증지점

휴일에 수고하시는 국공직원분이 계시고 테크 우측으로 막혀있는 하산길은 비 탐방 병곡 마을이다.

동엽령 긴급재난 안전쉼터

이제 마지막 무룡산으로 간다. 십여 킬로를 걸어왔으니 허기도 지고 다리에 중력의 힘이 더해 무거워지기만 한다. 잠시 쉬어 간다.

가끔씩 돌아보나 산 넘어 넘어 어디서부터 왔는지 아련하다.

무룡산 가기 전 힘겹게 오르는 칠이남쪽대기봉을 지나간다. 육산의 숲만 지나오다 기암과 탁 트인 덕유산의 풍경에 그만 가던 발길마저 멈추게 하는 곳이다.

칠이남쪽대기봉

무룡산 2.1km 얼마 안 남았지만 가도 가도 끝이 없을 정도로 멀게만 느끼게 하던 지점

앵초의 길 안내를 받으며 참마리꽃이 지친 산객에게 위안을 준다.

무룡산이 눈앞에 다가왔다. 힘들다 저기를 또 올라야 한다. 삿갓재를 통해 황점으로 하산하기에 무룡산이 오늘의 마지막 오름길인 것은 알지만 다리가 무겁구나... 좌측의 능선 방향으로 올라 볼록 솟은 무룡산 정상을 올라야 한다.

숲 속의 능선길은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아 다행이었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무룡산 정상이다 힘을 내자.

요즘 백신 주사 맞으라고 질병본부 호칭에 더 늙어 가는 것 같아 불만이다. '고령층' '어르신' 내가 언제부터 고령층이고 어르신이었던가? 물레방아 같은 인생 돌고 돌다 보니 나이만 먹었구나. 아무리 그래도 고령층이라면 칠십은 넘어야 듣는 소리 아닌가?

무룡산은 전라북도 무주군, 경상남도 거창군 경계에 있는 해발 1,491m의 산이다

무룡산 인증석

이제부터 가슴 후련한 시간이 펼쳐진다. 오늘 내 머릿속에 상상하던 '그림' 말이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룰루랄라 내리막 하산길

눈앞의 정중앙에 삿갓봉을 필두로 남덕유산권에서 육십령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백두대간 마루금

무룡산 ~ 삿갓재

가려진 숲 속 사이로 빼꼼히 삿갓재의 지붕이 나타난다. 반갑구나 대피소가 운영되었다면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이곳서 하루 머물고 삿갓봉을 올라갔을 텐데...

대피소 입구에 문이 걸렸다. 아마 통제 시간인 것 같다. 직원이 서둘러 문을 열어주시고 삿갓봉 가시면 안 된다고 조언해주신다. "아저씨! 가라고 등 떠밀어도 못 가옵니다"

삿갓재 대피소

황점마을까지 꽤나 먼 거리다. 다리에 힘이 떨어진 상태라 거친 계곡의 너덜길과 급경사를 하산해야만 한다.

100 미터 내려오면 황강 발원지인 삿갓샘이다, 식수로 사용 가능하고 얼음처럼 차갑고 수량도 많이 흐른다.

계곡을 구경삼아 왔다면 감탄을 금치 못 할 것을 하산하는 너덜 길이 발바닥에 불이 난다 불이나

하부로 내려오면서 계곡의 물은 큰 물을 만들고 폭포가 되어 물소리가 온 계곡에 퍼진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데 틀림없다. 4km 가까운 삿갓재 계곡을 내려오니 11시간 가까이 걸렸다.

황점마을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거리도 이삼십 분 소요

주차장 계곡 또한 명품일세

장도의 백두대간. 그 여정 가운데 또 하나의 힘든 구간을 마쳤습니다. "혼자 걸으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둘이 걸으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합니다." 함께 걸어준 산우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구간의 마지막 황점부터 육십령까지 포스팅하겠습니다.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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