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오늘 가야 할 길은 47구간 닭목령에서 삽당령까지 약 15km를 남진으로 진행한다. 대간 구간 중 비교적 쉬운 난이도로 알려져 있지만 경험상 쉽다고 생각한 구간이 결코 단 한번 쉬워 본 적이 없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난이도가 높을수록 무난하게 지나간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아무리 작은 산일 지라도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긴 장마가 끝나려고 하니 새로운 복병이 우리를 괴롭힌다. 전국 대부분 발령된 폭염주의보이다. 심지어 열대야까지 습한 날씨에 숲 속에서 벌레와 씨름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서지만 이 또한 지나가고, 시간은 바뀌고 절기는 새로운 환경으로 다가올 것이다.
산행 구간 : 닭목령- 화란봉-석두봉-삽당령
산행 일자 : 2020년 8월 16일
고도표를 살펴보면 구간 중 최고봉인 화란봉이 고도차가 약 400미터 채 못 미치고 석두봉을 지나 삽당령 까지 크고 작은 봉을 전형적인 대간 마루금을 쉼 없이 넘나 들어야 목적지에 도착한다.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에 위치한 닭목령 들머리 풍경, 북으로는 대관령과 남으로는 삽당령 사이에 위치한다.
닭목령의 유래를 적어놓은 비문이 비석 뒤에 부착되 있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천상에서 산다는 금계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인 금계 포란형이고 이 고개는 닭의 목덜미에 해당한다고 하여 계향, 즉 닭목이라 하였다고 한다. 이런 글이 적혀있더라~
등산로 입구에 '달개비'라 불리는 닭의장풀이 피고 있고 주변에 줄을 치고 군락을 이루는 것 보니 누군가 씨를 뿌려 놓은 것으로 보인다. 달개비는 당뇨에 약효가 있다고 전한다.
장마 후 고온다습으로 염려했던 날씨는 예상외로 시원한 바람이 대간 산객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시원한 바람은 습한 공기를 몰아내고, 하늘이 모처럼 눈이 부시도록 청명한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
닭목령~화란봉 구간은 1.8km 정도인데 평범한 산길을 따라 완만히 오르다 800미터를 남겨놓고 가파르게 화란봉 삼거리까지 고도를 높인다.
산길의 야생화
화란봉 삼거리전 가파른 계단 이후로는 완만한 등산로가 한동안 이어진다
화란봉 삼거리이며 이곳까지 채 50분이 안되게 도착한다. 삽당령까지는 11.9km, 화란봉 정상석은 삼거리에서 대간길을 살짝 벗어나 130미터 위에 위치하며 인증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삽당령 방향으로 진행한다.
화란봉 정상석은 두 개다. 작은 정상석 뒤쪽에 산림청 정상석이 존재하며 정상석 옆으로는 전망대로 가는 길이 있다
이 구간에는 총 9개의 쉼터가 있다. 전반적으로 등산로가 잘 정비돼있고, 이 구간은 별도로 강릉 바우길로 지정되어 지자체에서 관리되기 때문인 것 같다.
화란봉을 지나며 한동안 내려가더니 이내 편안한 숲길로 생태탐방하며 크고 높지 않은 봉우리를 넘나들며 석두봉을 향해 간다
석두봉을 앞두고 짧은 급 오르막을 올라서면 트랭글 뱃지의 반가운 알림 소리가 들리나 실제 석두봉은 조금 더 가야 한다.
석두봉 石頭峰 : 강릉시 왕산면에 위치 높이 982m
가파른 돌산에 올라서면 그동안 숲 속에 갇혀있던 느낌을 단번에 해소하는 하늘이 열린다. 삽당령 까지는 6km 정도 남았다.
석두봉을 지나며 데크 계단으로 급격히 내려간다
잡목과 산죽의 숲을 지나 쭉쭉 뻗어 솟아 있는 잣나무 군락지가 이국적인 풍경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시원스러운 잣나무와 그리고 산죽의 길 로 이런저런 참나무와 잡목들 사이를 뚫고 가면 방화선의 숲 속이 환하게 비친다.
울창한 노송들 사이로 산죽이 자라는 평전을 따라 오랫동안 걷는다. 발아래 초지의 습한 열기와 하늘의 햇살은 뜨겁지만 가끔씩 노송이 산객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며 쉬어가게 한다. 방화선을 보노라니 과거 머리가 길다며 교문 앞에서 이발기로 찝어 놓던 교련 선생님이 생각나더라, ㅎㅎ 지금 젊은 시대는 상상할 수 없겠지만 그런 우울한 시절도 있었다.
삽당령 도착 전 마지막 오름 계단 봉우리 정상에 쉼터가 있고 삽당령 1.73 km 지점이다.
임도가 산 아래 보이며 다 왔다는 안도감에 크게 날숨을 내뱉어 본다. 임도에서 좌측으로 틀면 차단기가 눈에 들어오고 백두대간은 좌측 숲길로 들어간다. 임도로 계속 내려가도 삽당령에서 만난다. 약 1.3km 남았는데 숲길은 마지막까지 오르내리막이 있고 종착점이라 힘도 들고 편한 임도로 내려간다.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밝은 밤이오면 홀로 피어
쓸쓸히 쓸쓸히 미소를 띄는 그 이름 달맞이 꽃
아 ~ 서산에 달님도 기울어
새파란 달빛아래 고개숙인
네 모습이 애처롭구나
(지웅 작사 / 이용복 작곡 노랫말 中에서)
앞서가는 재구님 무엇을 저리 살피고 계신가 보니
산행 후 근처 황태 백반집에서 식사를 하고 백두대간 또 한 구간을 정리한다.
다음 진행지인 길 건너 남진 9차 삽당령~ 백복령 들머리인 테크를 둘러보고...
유래 없이 지루한 긴 장마가 지나고 연휴기간 찾아온 백두대간 '닭목령~삽당령' 구간을 다녀갑니다. 우려했던 고온다습한 기온은 없었고 시원한 바람이 습한 장마 기운을 몰아내고 하늘마저 청명하게 열어준 기분 좋은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멈추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다시 고개를 들려고 하고 답답한 일상에 가끔 우울합니다. 다음 백두대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포스팅을 마칩니다,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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