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9일 두타산, 명산 100 도전을 시작하며 출발한 백두대간은 어느새 "life is live" 미션이 하나씩 지워질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 어지러운 세상에서 잠시나마 일탈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시작은 완성보다는 도전의 의미였지만. 첩첩산중 저~ 먼 곳 실루엣처럼 희미하게 보이던 끝이 한걸음 한걸음 가까워 오며, 심장이 뜨겁다는 것 을 느끼게 됩니다.
안녕 싼타! 오늘은 25일 크리스마스 데이
멀리 전라도와 경상도를 연결하는 육십령으로 새벽 찬바람을 가르며 달려갑니다. 육십령을 찾아 이번에 널 띠기 종주를 하는 이유는 점점 남쪽으로 차량 이동 거리가 늘어나는 시간적 부담감을 줄이고자 크리스마스 연휴를 이용하여 육십령에서 고남산까지 장거리 산행을 하기 위함입니다.
1일차 산행코스 : 육십령 - 구시봉 - 민령 - 영취산 - 백운산 - 중고개재 - 지지계곡 약 20km
산행지역 : 경남 함양군(서상면,서하면,백전면), 전북 장수군(장계면, 번암면) 일원
산행일자 : 2020년 12월 25일
육십령
함양군 서상면과 전라북도 장수군 장계면을 연결하는 고개로 높이는 734m이다. 함양군 서상면에서 장수군 장계면으로 이어지는 국도26호선이 육십령고개를 지난다. 육십령고개는 예로부터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이자 도 경계를 이룬다. 2001년 개통한 통영대전고속도로 함양~무주 구간은 육십령고개의 남서쪽 약 3㎞ 구시봉 부근을 육십령터널 구간으로 통과한다.
episode
새벽 2시 잠을 깨우는 알람 소리와 함께 주섬주섬 출발 채비를 합니다. 숙박을 하는 관계로 다른날보다 챙겨야 할 짐이 많아집니다. 260km를 달려 육십령에 가까워질 때 아뿔싸 >. < 아내가 실내화만 신고 등산화를 안 가져왔습니다. 오지에서 구매를 한다는 것도 불확실하고, 설령 구매한다 해도 시간상 오늘 가야 할 20km는 어찌하라고... 난감하네~~
결국 민박집에 SOS를 하니 와보라는군요. 다시 차를 돌려 함양으로 출발~
이것 저것 신어보고 발에 맞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신발 득템( 이건 그래도 목 있는 털신), 민박집에 차를 주차하고 주인집 트럭으로 천신만고 끝에 육십령에 도착합니다.
육십령터널 08시 40분
嶺이라 불리는 들머리는 가는 곳마다 왜 이렇게 추운지, 육십령의 혹독한 바람 역시 속살까지 추위가 파고들어옵니다.
대간길의 단골 육십령 휴게소는 문이 굳게 잠겨있고, 기념비 옆의 들머리 목책 계단을 따라 옷깃을 치 세우며 시작합니다.
육십령 ~ 깃대봉
대간길의 시작은 언제나 힘듦
계단을 올라서면 보이는 이정표. 좌측은 할미봉 방향, 우측 무룡고개로 go~
500미터마다 설치되어 있는 구조목은 언제나 대간길의 친구가 되죠. 1-22구간 영취산까지 가면 1-1 구간이 됩니다.
능선에 접어들고 길은 수월해지며, 흙갈색의 겨울 숲 속 푸른 소나무는 늘 마음을 정화시킵니다. 가지마다 상고대가 피어있고 멀리 눈 덮인 남덕유산이 시야로 살짝 들어오나 나뭇가지가 블라인드가 되어 가리는군요
나목이 되어버린 참나무.
새하얀 상고대로 갈아 입고 육십령의 매서운 골바람을 맞고 의지하며 도란도란 겨울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08시 40분 육십령에서 2.4km 지점 깃대봉 샘터에 도착합니다. 쉬어갈 수 있는 평상과 샘물은 아직 얼지 않고 잠시 쉬어가며, 나그네는 물 한 모금에 갈증을 풀고 갑니다.
깃대봉이 손에 닿을 듯 눈앞에 보이고
갈대숲을 따라 오릅니다.
답답하던 조망이 서서히 열리고 있습니다. 좌측으로 남덕유산이 보이고 우측으로 거망산과 황석산.
카메라를 당겨봅니다. 좌측 서봉과 중앙 남덕유산, 앞으로 보이는 암릉이 할미 봉입니다. 깃대봉서 보는 조망이 훌륭합니다.
장수군과 함양군의 경계에 위치한 구시봉(깃대봉) 10시 도착
구시봉과 깃대봉을 혼용해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리하면, 구시는 소나 돼지 등 가축의 먹이를 담는 그릇을 말하는데 예부터 이 산의 지형이 구시를 닮아 구시봉이라고 불렀다. 이후에는 깃대봉이라고 했는데 옛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에 위치함에 따라, 당시 산 아래 주둔하고 있던 양측 군사들이 치열한 영토전쟁을 벌여 승전 때마다 정상에 깃대(깃발)을 꽂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2006년 1월부터 옛 지명을 되찾아 현재 구시봉(해발 1014m)으로 부르고 있다. 출처 : 경남일보
구시봉 삼각점
깃대봉 ~ 영취산
왼쪽으로는 경남 함양 서상, 오른쪽으로 전라도 장계를 바라보며 걷는 하늘 마루금은 장도의 백두대간을 걷는 산객에게 후련함을 선사하고
걸어야 할 능선. 중앙 멀리 영취산과 우측으로 장안산, 좌측으로 가야 할 우뚝 솟은 백운산이 아득히 멀어 보이기만 합니다.
구시봉을 따라 길지 않은 내리막은 곧바로 민령까지 육산의 편안한 길
깃대봉서 민령까지는 1.4km의 짧은 거리입니다.
멋진 소나무와 쉬어갈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오며 민령 표지목을 만납니다. 10시 30분
민령 이정표의 이해할 수 없는 거리의 표지목 "백운산 6.7km" 실제 백운산 까지는 11km 됩니다.
잣나무 군락지인 대곡호 삼거리입니다. 여기서 영취산까지가 6.9km입니다.
대곡호 갈림길인데 지도상에는 호수가 오동제로 표기도 하더군요.
민령부터 덕운봉 까지 가는 4.9km. 종착까지 갈길이 멉니다.
봉우리를 지나면 여지없이 나타나는 눈앞의 봉우리를 넘어 넘어, 내려 내려...
어쩌다 이 친구는 등산로에 누어 버렸을까...
걸어옫 길이 참 멀게 느껴집니다. 굽이 굽이 굴곡진 길 마다 사연이 있고 인생 역시 다를바 없다 생각되는군요. 멀리 남덕유와 할미봉으로 이어지는 육십령입니다.
덕운봉 가는 길 느닷없이 나타나는 조망 맛집
가야 할 멀리 백운산(중앙 끝)
산죽인지 대나무인지 빼곡한 숲도 한동안 지나며
머리 위로 산행기에서 익숙히 보아왔던 바위가 보입니다.
북바위에 도착. 오전 11시 10분. 바위 뒤쪽은 천 길 벼랑입니다.
북바위에서 내려다본 장계 방향 대곡호의 모습입니다. 우측 끝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 다리가 지나가고, 호수 근처로 논개 생가 공원입니다
덕운봉이 가까워지며 로프 구간도 나오지만 아직은 미끄럽지 않아 크게 잡을 일은 없습니다.
오후 1시, 덕운봉 이정목. 실제 정상은 대간에서 벗어 나있고 이정목만 대간길에 있습니다. 갈길이 바빠 덕운봉은 패스~
영취산까지는 1.9km
덕운봉 주변은 소나무와 암릉으로 조망이 좋으나 식사를 하기에는 바람을 막아주지 못하여 안부로 내려갑니다.
아득하던 백운산이 가깝게 다가옵니다.
영취산 도착 오후 2시 40분 6시간째 행군.
영취산(1075.6m)은 백두 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으로 함양의 진산인 백운산에서 백두대간이 육십령으로 북상하는 도중에 거치는 산이다. 영취산 정상에는 정상표지목이 있고 사위조망은 북으로 남덕유산이, 서쪽으로 장안산이, 남으로 백운산이 조망된다.
백운산까지 3.5km 남았네요. 힘이 빠져 시간당 2km 간다 해도 중고개 이후는 어둠길 하산을 피할 수 없겠습니다. 백운산 오르기가 힘이 들어가고 이후부터 중고개 까지는 계속 되는 내리막
영취산 ~ 중재
무룡고개 건너편 장안산의 송신탑이 보입니다.
무룡고개 하산 갈림길. 보통 이곳에서 접속하기도 하고 탈출하기도 합니다.
백운산으로 가는 길은 길고도 계속되는 오름이라 힘이 듭니다.
300미터 남기고 오늘 구간의 된비알입니다.
장수 쪽
함양 쪽
백운산에 도착시간 오후 4시 40분. 정상석이 2개 있습니다.
전북 장수군 번암면과 경남 함양군 백전면에 걸쳐 있는 산. 높이 1,279m.
추운 날씨에 백패킹을 즐기는 산객들이 멋집니다.
우측 중재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하산길은 등산객이 거의 다니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생태복원 중 우회길이 많이 나오고
중재 1.7km 거의 다온 줄 알았는데 거리 표시가 영~~ 중재는 중고개 가서도 1.6km 더가야 돼요. 한참을 내려가니... 트랭글에서 일몰시간 경고음이 울리더군요. 랜턴 빛으로 하산을 이어갑니다.
일출 사진이 아닙니다 ㅎㅎ 노을과 함께 잣나무 사이로 일몰 광경이 아름답습니다.
오후 5시 40분 중고개 도착. 악몽의 크리스마스가 시작됩니다. 당초 계획은 중재까지 마치고 중기마을로 빠지려 했으나 어차피 내일 다시 접속할 예정이라 중고개에서 하산을 결정합니다만, 뭔가에 홀렸는지 생각 없이 리본 따라 지지계곡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차 싶다 느낄 때 이미 다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지지계곡으로 하산합니다. 참고로 중기마을은 좌측, 이정표 건너 쪽입니다.
어둠길 계곡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엉덩방아 3번 ㅎㅎ 최악이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
오후 6시 35분 산행 종료. 무려 10시간이나 걸렸네요. 장수군 번암면 지지계곡 하산 완료. 대형 알바에 허탈했지만 무사히 하산한 것으로 위안 삼습니다. 덕분에 30분이면 내려올 것을 한 시간을 더 걸려 하산합니다. 숙소까지 번암에서 함양 콜택시 52,700
육십령에서 중재까지 백두대간 구간 종주를 무사히 마치고 숙소로 향합니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에피소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을 안겨준 크리스마스 선물로 생각하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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