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삼한 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에 대항하던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진 "태기산"
태기산 정상의 사방 거칠 것 없는 장쾌한 지맥을 내려보면 이곳이 험산준령임을 한눈에 직감하게 됩니다. 능선 따라 길게 뻗은 태기산 풍력단지의 세찬 바람과 거대한 골리앗 풍차의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음이 포효하는 태기산, 친환경 에너지를 대표하는 풍력 발전단지이자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相生의 산 태기산
해발 1,261m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청일면, 평창군 봉평면, 홍천군 서석면 경계에 있는 산, 산행은 둔내면 구두미 마을에서 시작합니다. 정상을 마주 보며 능선을 돌아 정상을 오른 뒤 구두미재 원점 회귀합니다.
Highlight
구두미 마을 ~ 양구두미재
태기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대부분 양구두미재(해발 980m) 정상에서 짧게 출발합니다. 심지어 통제가 없을 때는 정상까지는 자동차로 오르기도 할 만큼 임도로 편히 오를 수 있습니다. 오늘 들머리는 구두미 마을에 주차하고 길게 등산을 시작합니다.
재미 삼아 읽어요
양구(兩鳩) 두미의 지명 유래
옛날 이 곳에 한 가난한 선비가 살고 있었다. 그의 소원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비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묘를 잘 쓰면 부자가 된다는 말을 믿은 선비는 용하다는 지관을 찾아 묘 쓸 곳을 부탁했다. 지관은 남쪽이 훤하게 트인 한 고갯마루를 묘지로 정해 주었다.
선비는 지관이 가리켜 준 곳에 묘를 쓰고 부자가 될 때 만을 기다렸다. 소상, 대상을 다치러도 그의 재산은 불지 않았다. 더 참고 기다릴 수 없게 된 그는 아버지 묘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선비는 용하다는 다른 지관에게 이장할 묘소 자리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어느 좋은 날을 받아 이장을 서둘렀다. 그런데 묘를 파헤치고 관을 막 들어 내려는 순간에 이상한 일이 생겼다. 관 밑 땅속에서 두 마리의 황금 비둘기가 푸드덕 날아 고개를 넘어갔다. 선비는 더 참지 못한 것을 후회했으나 이미 실책을 범한 뒤였다. 마을 사람들은 부자가 되려고 선조의 묘를 함부로 옮긴 선비를 몹쓸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이후부터 이 고개를 「양구 두미」라 불렀다 한다...
[출처] 횡성 양구 두미 유래
미니 성황당을 지나고
독특한 건축의 민가를 지나 포장도로 따라 산길과 임도를 번갈아 지납니다.
멀리 중앙 우측에 보이는 중계소가 양구두미재 정상입니다. 시멘트 포장 따라 직진해도 되지만 우측 능선을 따라 방향을 잡습니다.
송전탑 같은데 고압이 흐르는 괴물의 울음소리는 없었고 지난 묘적령 대간길에서 혼비백산 달아났던 굉음... 소름 돋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본격적인 능선에 오르며 겨울 속의 봄을 만나봅니다.
잔설의 숲을 지나며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는 가지마다 꽃망울이 터지기를 설렘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어도 넘어질 순 없다는 고사목이 버티고, 나목의 숲길 따라 겨울과 봄이 교차하며 힘 겨루기 하고 있습니다.
손에 닿을 듯 멀기만 한 중앙에 보이는 중계시설 탑이 양두구미재 정상입니다.
따뜻한 기운이 드는 남쪽으로 잣나무와 조릿대의 향연이 펼쳐지고 겨울 속 초록은 청량제처럼 가슴에 와 닿습니다.
반면, 반대쪽 태기산 정상에는 하얗게 상고대가 신기루처럼 피어오르고 있고 두 계절을 번갈아 보며 걷는 산객은 마냥 신나고...
산 중 곳곳 노루 똥이 보이고, 인적이 드문 오지 주변의 조릿대와 잣나무 숲은, 서식 조건이 좋아 생태계가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양두구미재 가 가까워지고 마지막 무명봉을 어렵게 올라갑니다. 경사가 급한 지역이라 로프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숲체원 등산길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군요.
중계시설이 있는 펜스 따라 양두구미재로 내려옵니다.
양구두미재 ~ 태기산
양두구미 해발 980m 횡성군과 평창군의 경계 지점입니다. 보통은 이곳에서 겨울 산행을 많이 시작합니다.
따뜻한 날이 포장도로의 눈을 녹아 버려 많이 질척해서 더 미끄러웠습니다.
멋진 조망 장소에서 열심히 방송 준비하는 유튜버
오후 들어 부쩍 비박을 위한 산객들이 커다란 배낭을 힘겹게 지고 올라옵니다. 장비가 준비된다면 하루쯤 숙영 하며 밤하늘 별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겨울왕국 레리꽁~~♡
급격히 추워지고 파란 하늘은 운무의 춤사위에 가리고 정상은 신기루처럼 신비감을 더합니다.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정상 입구 철문입니다. 왠지 GP에 들어가는 느낌?
정상에 오른 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내려올 예정입니다.
철망의 상고대가 주는 느낌이 묘하군요. 실질적인 정상인 이곳엔 군부대가 주둔하고 매우 아름다운 설경으로 가슴마저 벅찬 곳입니다. 이 아름다운 장소에 군부대 시설로 민간이 통제당한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망의 상고대가 예술이군요. >.<
그저 바라봅니다.
자연이 그려낸 묵화
어떤 화가 가 이보다 더 표현 있게 그릴 수 있을까...
빗살 같은 상고대를 뒤로 하고 하산을 합니다.
싸고 질 좋은 원전의 가성비 "갑"을 두고 값 비싼 풍력 발전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사실 풍력은 고 비용, 저 효율입니다. 시대의 흐름 이겠지만 국토의 온 산하를 깎아 만든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저탄소 에너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한참 아래에 위치한 정상석
도전 의식에 목말라 찾아가는 "山" 보다
가까이 찾아보면 한 번쯤 가볼만한 국토의 숨겨진 명소가 있다는 것도 새삼 느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살고 숨 쉬는 山河 이야기... 상생의 산 태기산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합니다.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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