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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따라 길 따라

[뫼오름스케치] 영남알프스 9봉 간월.신불.영축 - 가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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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이 자유로운 것은
모두들 욕심을 버리기 때문이다
무수히 붙어서 푸름으로 치닫던
잎새들의 갈망이 끝났기 때문이다.
가을 산이 자유로운 것은
모두들 집착을 버리기 때문이다
잎새들을 붙잡고 무성했던 나무도
움켰던 손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 산이 자유로운 것은
모두들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을 소유하고 있던 여름이
여름을 울던 풀벌레들이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 산이 자유로운 것은
자라나야 한다든가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굴레에서 벗어나
비로소 묵직한 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 가을 산은 자유롭다- 유한나

가을 하면 생각나는 특별한 아이콘이 있다면 나는 화려한 단풍과 억새의 물결을 떠올린다.
짧은 시간 화려한 오색단풍은 온산 가득 물들어 가며 떠날 때 억새는 단풍이 오기 전부터 오랫동안 가냘픈 바람에도 찰랑 거리며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이 때문인지 깊어가는 가을이면 이 고장 출신의 작고한 원로가수 고복수의 짝사랑을 떠올린다. 1936년에 발표되었으니 우리네 아버지들, 젊은이들의 할아버지 세대는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를 술좌석에서 많이 애창하였다. 대중가요를 통해 애환과 깊어가는 가을의 상념에 빠지곤 했을 것이다. 아마 80년대 10월의 마지막 밤을 부른 이용의 "잊혀진 계절"만큼이나 많이 사랑받던 곡이라 할까? 사전적으로 억새는 이 지방 억새의 방언이라 한다. 하지만 노랫말 중 억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의 울음을 표현한 것이고 억새의 소리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대중가수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 되어" 역시 민들레는 홀씨식물이 아닌 것처럼 작가는 쓸쓸함과 애잔함을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 같다.
은빛 물결 억새의 바다 위에 내가 서있다.
전국의 많은 억새 군락지가 있지만 간월재의 드넓은 평원 위에 펼쳐지는 억새의 향연은 영남알프스 중에서도 으뜸이라 생각한다.

  산행코스
시월의 휴일을 맞아 영남 알프스 9봉 간월산,신불산,영축산을 연계 산행한다.
배내고개 -배내봉 -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 지산마을 14.8km  

3년 전 여름 어느 날인가 사전 정보 없이 이곳을 찾았다가 혼난 적이 있다. 시작부터 1200여 개의 계단을 치고 올라야 비로소 배내봉 능선과 접속한다. 맞은편 능동산과 같이 초반 오름길이 가파르게 40분 정도 오른다.

베내고개 주차장을 들머리로 오른다

배내봉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과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966m이다. 배내봉은 여러 개의 능선이 연결되어 있어 출발점에서 정상까지 두 개의 봉우리를 거쳐 정상에 오른다.

햇빛에 영롱이는 억새가 아름답다.

간월산과 신불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마루금아래 녹색의 옷을 갈아 입은 가을산의 모습이 운치 있다.

평이한 길을 따라 조망터에서 울주군을 내려보고 촬영

간월산을 가파르게 오르게 된다. 최고의 계절 명산답게 많은 산객들로 붐빈다.

  간월산 1,069m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에 있는 산. 약 1540년 전에 이 산기슭에 간월사라는 사찰이 있어서 산 이름도 간월산이라 하였다 한다  
낙동정맥과 영남알프스 인증지
간월산 정상주변

은빛 억새 길섶에 용담이 군락을 이루고 벌개미취가 꽃을 피우고 있어 가을임을 느낀다.

철없는 진달래가 꽃을 피우다니... 곧 다가올 혹독한 추위를 모른 채 계절을 망각한 것일까

너덜지대를 돌아가면 환상의 뷰가 펼쳐진다. 기대감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간월재 산장에서 락밴드의 공연 준비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오늘 가장 기다리던 억새의 메카 간월산장의 모습

억새밭 사잇길로 수많은 인파가 가을을 즐기고 있다. 사색을 조용히 즐기고 싶었지만 욕심일 뿐... 락밴드의 음향과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은빛 억새의 춤사위가 묘하게 어울린다.

  간월산 규화목
나무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단단한 돌로 바뀐 것이다. 나무는 대개 죽거나 가지가 부러져 땅에 떨어지면 미생물과 박테리아의 왕성한 활동에 의해 분해되거나, 화학적으로 분해되어 없어진다. 그러나 늪지대, 갯벌의 습한 진흙 지대 또는 모래나 화산재의 날림에 의해 빠른 속도로 묻혀서 나무들의 조직 사이로 지하에 용해되어 있던 광물의 침전 작용으로 인하여 원래 나무 성분은 다 없어지고 나무 자체의 구조, 조직, 나이테 등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화장실 줄이냐고 물으니... 라면 줄이란다. 라면 맛집으로 유명한 간월산장

공연준비하는 모습

내년을 기약하며 간월재를 뒤돌아보고 신불산을 향한다.

신불산을 향하며 돌아본 간월재

신불산 까지 가파른 오름길이지만 억새의 물결이 넘치는 장관으로 큰 어려움 없이 오른다.


신불산 정상 아래 전망대

신불재의 모습. 원형 데크 우측으로는 파래소 방향이다. 은빛 억새가 융단처럼 이어져 하늘에 닿을 것 같다.

신불산 정상에서 홍류폭포 이정표 따라 잠시 가면 신불 공룡능선을 만나게 된다.

신불공룡능선

신불재를 지나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영축산으로 간다.

멋진 조망이 끝없이 펼쳐진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날고 싶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있겠지만...

영축산 상공에 행글라이더가 비행을 하고 있다.

영남알프스 3 산을 인증하고 지산마을로 하산을 시작한다.

지나온 길을 보는 것은 성취감? 참 아름다운 산이다.

급경사를 내려오면 취서산장을 만나고

임도와 산길을 교차하며 하산하는데 어디로 가던 산길이 워낙 급경사라 임도길이 길더라도 시간은 비슷하더라

하산 지점 지산마을과 지내 마을 분기점만 유의하면 된다. 이 지점을 지나면 전혀 다른 길로 가게 된다.

임도와 만나는 지점 좌측으로 지산마을 만남의 광장이 나온다

가을은 햇볕(火)이 쬐여 벼(禾)를 거두는 때라는 뜻이군요 (秋)
사랑할 수밖에 없는 풍요의 계절 가을, 이 계절이 지나면 그 자리에 숲은 나목이 되어 뿌리로 땅 밑에서 서로를 잡은 채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것입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봄을 기다리면서...
시월에 만날 수 있는 억새의 바다 영남알프스 산행을 마칩니다.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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