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頭陀는 번뇌의 티끌을 없애 의식주의에 탐닉하지 않고 불도를 수행하는 불교의 용어입니다. 반면에 무릉계곡은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三和洞)에 있는 명승 제37호이며 신선이 노닐었다는 전설에 따라 '무릉도원'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100대 명산과 어게인, 백두대간 백봉령~ 댓재 구간 남진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탐방했지만 그동안 베일에 가려 못 가본 미지의 베틀봉을 처음으로 퍼즐 조각을 맞추는 기분으로 떠납니다. 참고로 베틀봉은 일반인에게 지난 8월 40년 만에 부분적으로 임시 개방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단지 불편한 점이라면 댓재까지 진행하는 무박 백두대간팀을 따라 이동하는 관계로 동틀 때까지 버스에서 3~4 시간 대기하는 차박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새벽 12시40분 백봉령에 들린 후 동해시 삼화동 무릉계곡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은 매서운 바람과 더불어 체감상 영하의 날씨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실제로 이날 정상 쪽은 배낭의 생수가 살얼음을 만들 정도였다 합니다.
산행코스 : 무릉계곡주차장 - 베틀바위 전망대 - 미륵바위 - 거북바위 - 두타산성 - 쌍폭포 - 용추폭포 - 학소대 - 삼화사 - 무릉계곡 주차장 약 9.1km 4시간 소요
산행일자 : 2020년 10월 24일 (토)
새벽 5시 30분 날씨는 한겨울로 착각할 정도로 세찬 바람과 함께 매우 춥습니다. 일행과 따뜻한 어묵탕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떠납니다
이른 시간 인적이 없이 적막합니다. 입장료는 2,000원, 새벽 매표소 직원 출근 전이라 덕분에 패싱 합니다. 하지만 입장료를 지불했어도 아깝지 않은 '명불허전'의 무릉이었습니다.
두타산성 ~ 수도골 ~ 박달계곡은 아직 미 개방지이고 11월 중 개방된다고 안내합니다.
베틀바위 산성길은 태고의 원시림과 휴휴(休休) 이승휴 사색의 길, 베틀 릿지 비경, 소원의 길, 두타산 성터와 박달계곡을 지나 용추·쌍폭포로 이어지는 두타 비경에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조성 중이다.
시는 현재 무릉계곡 관리사무소~박달계곡까지 총 4.7㎞의 등산로 구간 중 무릉계곡 관리사무소~두타산성 입구까지 2.7㎞에 대한 이정표 설치 등 부분 개방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출처 : 천지일보
베틀바위 산성길 안내도에서 좌측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됩니다.
첫 오름부터 가파르게 시작되며 탐방로는 돌계단으로 정비한 흔적이 많아 보였습니다.
첫 조망지에서 무릉계곡 주차장을 내려봅니다. 새벽 산행의 묘미는 한적한 숲길을 거닐면 때로 자신을 뒤돌아 볼 시간이 많아집니다. 때론 오래된 기억의 소환, 思索도 있지만 힘든 오름은 곧 이마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게 하지요. 고민이 사라집니다. 아마 그래서 산에 오르는지도 모릅니다.
산 아래는 푸릇푸릇하여 가을이 눈에 띄지 않으나 고도가 높아지며 주홍으로 물든 단풍이 시야에 가득 들어옵니다.
산 아래 무릉계곡이 뱀처럼 굽어 휘어지며, 구불구불 기암괴석은 은빛이 되어 아침햇살에 영롱히 반사됩니다. 동해 쪽 햇빛은 건너 천 길 벼랑을 서서히 덮어 가며 주홍의 따스한 온기가 온산에 퍼져 오는 듯합니다.
건너 쪽 햇살 가득한 관음 폭포를 당겨보고
오전 7시, 갈미봉 방향의 백두대간이 환히 밝아옵니다. 새벽 1시에 출발한 백두대간 선두팀이 이기령을 넘어 갈미봉으로 향하리라 생각합니다.
잠시 급한 돌길을 내려가면 베틀바위와의 만남을 준비하지요.
베틀바위전 나무테크가 길게 이어지나 계단이 높아 오르기 아주 불편합니다.
호흡을 고르고자 계단에서 잠시 뒤돌아 건너 본 순간...
천혜의 풍경에 본능적인 짧은 탄성을 자아냅니다. 계단에서 바라본 베틀봉은 가히 형언할 수 없는 '서프라이즈'입니다. 실이라도 방금 꿰었을 법할 바늘귀 바위와 베틀바위에서는 정말 신선들의 비단옷을 짜던 것일까요?
진행방향으로 미륵바위가 있는 암봉과 그 옆 꼭대기에 미륵바위 전망대가 보입니다. 전망대서 보는 베틀바위는 어떤 형상일까 궁금함에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베틀바위 영접에 앞서 감초인가? 정원에서 흔히 보는 회양목 군락지를 만납니다.
두타산 베틀바위는 높은 산에 가리어 보이는 기암절벽이 마치 비단을 짜는 베틀을 닮았다고 해서 베틀바위라 한다. 정상에서는 멀리 동해가 보이고, 서쪽과 북쪽으로는 무릉계곡의 절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검처럼 솟은 바위와 수직의 벼랑으로 기막힌 경관을 자랑하지만, 거칠고 험준한 지형 탓에 일반 등산객은 다녀올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자료 발췌임]
전망대에서 바라본 베틀바위입니다. 장가계에 가본 적이 없어 비교할 순 없지만 안내도 그대로 소개하자면,
"해발 550m에 위치한 베틀바위는 베틀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으로 산악인들 사이에는 베틀 릿지 비경, 천하비경 장가계, 소금강이라 불리며 옛날 하늘나라 선녀가 하늘나라 질서를 어겨 인간세상으로 내려왔다가 비단 세 필을 짜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입니다."
설명은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이 연상됩니다
미륵바위가 있는 암봉, 돌아서 저곳을 올라가야 합니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다시 급한 오르막으로 미륵바위를 향합니다,
쓰러진 고사목도 하나의 작품이 되어 전시된 듯합니다
미륵바위입니다. 보는 각 도와 빛에 따라 선비·부엉이·미륵 등 여러 형상으로 달라 보이는 미륵바위라고 합니다
쉬어 가라며 벤치 등 쉼터가 있었습니다.
미륵바위를 지나 두타산성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금강송 군락을 지나며 알록달록 단풍이 깃든 길이 힘들지 않은 편안한 낭만의 길입니다 0.9km 지점
산중에 숯가마터가 있군요
12번 굽이쳐 떨어진다는 12 폭포의 상단입니다. 전체적인 12 폭포 풍경은 반대쪽에 가야 볼 수 있습니다. 건기라 수량이 부족한 게 아쉬울 뿐입니다
수도골 방향은 아직 미개방이라 백곰바위 쪽으로 하산합니다. 안내도에는 '비상대피로'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훗날 개방이 되면 수도골의 석간수를 마시러 다시 와야겠습니다.
거북바위 모양이 마치 거북과 흡사하여 이름 지었으나 물개의 형상도 간직하고 있는 기암입니다. 뒤로는 12 폭포가 흘러내리고 아래로는 천 길의 벼랑이 아찔하게 보이고 주홍의 단풍과 어울리는 비경에 감탄합니다. 바람이 순간적으로 워낙 강하게 불어 몸이 휘청 거릴 정도라 위험해 보였습니다.
백곰바위 곰 엉덩이 좀 쓰담 쓰담해보라니 스틱으로 찔러버리는 안식구 ㅎㅎ
두타산성 임진왜란 시 산성의 축조 배경과 아픈 역사와 왜적을 물리친 승전보를 안내하는 비문이 있습니다.
명품 소나무로 알려진 석간송
두타산성에서 가파르게 내려오며 뒤돌아본 돌계단
용추폭에서 내려오는 백운동계곡과 만납니다. 용추폭포까지 1km 이상 올라갔다 다시 내려올 겁니다.
왼쪽이 장군바위, 오른쪽은 병풍바위
쌍폭에 도착하고 가까운 상류에 위치한 용추폭포
선녀탕을 지나 쌍폭을 만납니다. 천상의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간다는 선녀탕은 옥색의 빛깔로 건기임에도 깊이가 상당해 보였습니다. 반듯한 욕조 같은 모습이 일부러 만든 것처럼 신기하군요.
좌측은 청옥산에서 발원한 물줄기이고 우측은 두타산에서 발원한 물줄기입니다.
두 물줄기가 쌍폭포를 이루고 합수되어 소(沼)를 이루며 이는 무릉계곡을 유유히 흐르며 동해로 흘러 들어갑니다. 수량이 적어 못내 아쉽습니다.
계단에서 보는 폭포 반대편 암봉인데 발바닥 바위라 불렸습니다. 확대해보니 발바닥이라 칭한 이유를 알겠더군요
용추폭포는 청옥산에서 발원한 물이 흘러내리며 3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폭포입니다.
용추폭포의 상단부는 계단을 통해 올라갑니다. 폭포 중단과 상단은 갈지(之) 자로 방향을 틀어가며 내려오고 있습니다.
하단 폭포 아래는 폭 30미터가량의 크고 깊은 소(沼)를 이루고, 오른쪽 하단 아래는 정조년 12월 당시 삼척부사였던 유한준의 글씨로 龍秋라 음각이 돼있습니다. 현재라면 자연보호 훼손으로 콩밥 좀 드실 텐데 말이죠
다시 길을 돌아 나와 삼화사로 향합니다.
학소대 상류의 동굴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이곳을 흘러내려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학소대'를 지납니다, 지금은 마른 대슬랩으로 보이지만 비가 많이 오면 물줄기가 흘러 내려 장관을 이룹니다.
어느덧 삼화사에 도착합니다.
삼화사 주변으로 고욤나무 열매가 탐스럽군요
삼화사 십이지신상
사천문안으로 보이는 삼화사는 확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네요. 안쪽의 적광전에는 보물 제1292호인 철저노사나불좌상이 있다 전하나 갈길이 바빠 보지는 못하고 경내만 흝어보고 지나갑니다.
자연을 즐기던 선비들의 자취, 무릉반석
너무 유명한 곳이죠. 적어도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너른 반석으로 당대의 시인과 묵객들이 모여 풍류를 즐기던 장소라 전합니다.
무릉의 '용오름 계곡'을 뒤돌아보고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어느새 많은 관광버스와 여행객들이 줄을 서며 입장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관광지 제1호로 지정된 무릉계곡은 3년 전 두타산을 넘어오며 무릉계곡으로 하산한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당시 힘들게 산행을 한 탓에 주변을 둘러볼 기회가 적었는데 작심하고 오늘 40년 만에 개방된 베틀바위 산성길을 돌아보았습니다. 다시 올 기회가 오면 남아있는 미답지를 탐방하러 올 것입니다.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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